본문 바로가기
편지

모순 : 보통사람이 쓰는 팔불출 같은 이야기 (4)

by 손님사절 2009. 2. 22.

교육제도


요즘같은 불경기에 직장 구하는 것이 뼈저리기만 하서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 얼마들지도 않은 나이를 먹었지만 하루하루 이렇게 노는채로 지내는 것이 늘 가족들을 위해 일하시는 부모님들의 노고에 민망하기만 할 뿐이니까. 난 교직을 가겠다고 하며 사범대에 진학했는데 그 뜻을 몇 년 딴짓을 하다 접고 나서 이제와 취업이 안되기만 하니까 더더욱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래서 차라리 공부나 할 껄하며 후회를 한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간에 교육에 대해서 전공으로 공부를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교육현안들, 교직사회에 대한 비판들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또 주변에서 은근 교직사회에 대해서 묻기도 한다. 사실은 교직생활이란것도 교무실 옆 교육실습생실에서 한달 그것도 눈치로 소문으로 주워들은 것 밖에 없는 데다 죽어라 있어왔던 곳은 등록금에 유흥비 벌자고 뛰어든 허름한 보습학원 교무실 뿐이다. 여튼 현직이 아니라서 그런지 전교조나 교총같은 교직단체의 행동에 대해 물어볼때는 아는 것도 없이 묵묵부답을 지켜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 심중에 담는 것이 있어 이렇게 글을 끄적거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교육이란 것이 교육자와 피교육자 당사자간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피교육자의 부모 부터 사회 전체까지 관심가지는 영역이라 사실 누구든 교육에 대해 말할 자격은 있을 것이다. 

가끔 가다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과연 교육에 있어 돈이란 것이 조건이 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오해를 살 소지가 있을 듯하다. 난 전적으로 교육자본화에 대해서는 반대다. 물론, 어느정도 기본적인 요건에 대해서 자본이란 것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말하는 수준은 부족과 보통의 사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과 과도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공부라면 자랑은 아니지만 본인도 남부럽지 않은 점수를 따고 주변에서 많이 안다, 유식하다 소리는 곧잘 듣는다. 학창시절때도 유명세 탈 정도의 성적을 유지한 편이었고 대학에 가서도 게을러서 그렇지 남부럽지 않게 공부라는 것으로 실력발휘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에 있어서는 그런 정도가 되는 어떤 공부에 대한 선이라는 것이 돈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 경험 때문에 학원에서 성적 올렸다는 학생을 경험하지 못했고, 이제 만 2년째 학원선생 노릇을 알바삼아 한다지만 그런 학생을 만들어 본적도 없다. 그래도 이말로 또 상심해하지 마시라 그런 학생들이 있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다. 다만 재수없게 날 만나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 견해를 말해보자면 그 선을 넘는데 있어 오히려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기 때문에 그러하다. 특히 내 고2때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꺼내자면 아마 스타급 선생님이 됐을지도 모른다. 당시 우리반에서 1,2,3,4등을 하는 친구들은 모두 전교 10등 내외를 달렸고 굉장히 수준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그 친구들 넷은 그냥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고 공부하기 싫어했던 친구들은 또 자기들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또 노력하고 다들 그 때 일들 술을 꺼내며 스스럼 없이 꺼내 놓는 좋은 친구들이 됐다. 그리고 그때 수업에 대해 늘 감사하며 아직도 존경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성적에 있어 각 교과 선생님들의 노고도 있다. 지구과학 선생님의 경우에는 나와 1등친구를 경시대회 시대회 수상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으니까 말이다.

그 선생님들의 교육비법이 무어냐고 묻기도 했을 것이다. 아마 어머니께서 친구들을 만나실 때면, 늘 질문 받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없다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기초에 기초만 알려주셨고 우리는 그 기초만 공부했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수학이나 과학시간에 관련된 공식은 왜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배웠고, 국어시간에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배웠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욕망도 부릴 수 없는 거세당한 내시마냥(사족 : 아마 그 꼬라지를 보는 다른 친구들은 그래 보였을 것이다.) 쉬는 시간에도 놀지 않고 서로 물어봐가며 토론하고 공부했다. 할 일이 없으면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어울렸고 있는 척 해보려고 좀 어려워 보이는 책도 읽어댔다.

부끄럽지만, 그래, 말을 뒤집자. 돈들여가며 공부하면 이런걸 배울 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리 돈들여 공부했기는 중학교때 한 과외와 고2때 잠깐 다닌 학원이 전부라 난 사교육현장에서는 죽어라 문제집만 푸는 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학원 사회성적이 그따구인지는 확인된바 없지만, 만약 소위 강남의 고액과외가 그런것 마저 가르킨다면 정말 말 바꿔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 안하는 학생들을 욕하지는 말자. 그들은 기초에 기초도 생각할 여유도 없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어느새 수행평가가 변질되서 숙제만 디립따 늘어났고 교과서 진도빼기도 바빠죽겠는 상황에서 무슨 고전을 읽고 무슨 사유를 하며 무슨 토론을 하냐. 그나마 인심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생각해봐라 하고 고민거리를 단원 끝자락에 붙은 읽기 코너 처럼 던져줄 따름인데 참 우리 청소년들 불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주체적인 사회세력이 되어가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면서 갸륵하면서도 쪽팔린다. 난 그때 공부 아니면 게임만 했는데.

어쩌면 이 글에도 모순이 있을지도 모른다. 학생은 집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개개인으로 봐야 하는 철부지 사춘기 열기왕성한 청년들 아니던가. 그래서 그런지 일제고사니 하는 일단 학생들을 집단화 취급해서 서열화 시키고 그 성적에서 그들의 개성을 찾으려 할 것만 같은 기우에 정부현안들이 못마땅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