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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보이

자국어중심주의

by 손님사절 2011. 5. 20.

- 영어를 꼭 쓸 필요가 있나?

영어를 잘 못하는 편입니다. 특히 리스닝을 못하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스피킹을 제일 못 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창시절에 듣기평가를 하면 제 성적과 어울리지 않는 낮은 점수들을 맞을때가 많아서 왜 하필 듣기만 못하냐는 핀잔도 듣고, 잘 해보겠다고 다짐하며 고교생용 영어테잎을 따로 사다가 그것만 공부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취업할때 좀 힘들었습니다.

오늘 전지현씨가 칸 영화제의 인터뷰에서 우리말을 고수했다고 보도됐습니다. 예전에 외국계 담배회사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한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 회사의 사장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국내에서 회사가 성공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줬습니다.

강연이란 것이 늘 그렇듯 마지막에 '질문'을 하게 되는 순서가 있는데, 강의 끝날 10여분쯤 다들 무언가 옹기종기 의논을 하고 있었습니다. 강연을 하는 사장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질문을 영어로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나봅니다. 물론 동시 통역이 지원되었지만 '인재'로서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서였을까요? 한 친구는 외국에 살다왔는지 유창하게 질문을 했고, 한 친구는 어렵사리 문장을 만들어 질문을 했습니다. 저도 했습니다. 소개는 영어로하고 '질문은 한국말로 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아마 같은 이유였다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유는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하기 싫어서입니다. 예를들어 밥과 잡곡밥을 고를 수 있으면 누구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밥을 먹겠죠. 먹기싫은 것을 억지로 선택해 먹는 사람은 아마 몇 안될 것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있는데 세계화라든가 국제화라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굳이 영어를 쓸 필요는 없겠죠. 필요하면 국제무대인 만큼 통역을 부르면 되니까요.



-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방법

어쩌면 세계화라는 미명아래에 영어와 미국문화를 숭배하게 되었얼는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외국계회사를 다닌다고 자랑할때 미국회사인 MS에 다니는 사람과 대만회사인 Lenovo에 다니는 사람을 비교하면 인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느끼실 겁니다. 물론 회사의 규모나 인지도에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후자인 Lenovo의 경우에도 꽤나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아마 미국과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가 작용했을 수도 있겠죠.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서 국가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김치, 삽겹살, 비빔밥과 같은 접하기 쉬운 음식을 수출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불국사, 팔만대장경, 곱디고운 한복을 보여줍니다. 한 나라를 소개하는 팜플렛을 보면 그 나라의 색채의 특징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무채색에 가까운 의 건축물과 불교문화재들 따뜻한 빛이 중심된 색동옷들 그리고 그 사이에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이중적 매력을 가진 단청으로 마무리 짓는 우리나라 팜플렛을 보면 참 어디하나 빠질 것이 없는 멋진 나라라 생각이듭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우리가 국가브랜드를 키워서 우리 기업의 이미지도 살리고 국력을 키우자고 하는데 음식, 화려함, 스포츠 등 이런 갖가지 것들은 '방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에 베트남식 쌀국수 식당을주요 거리마다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우리 나라의 베트남에 대한 이미지가 근본적으로 변했을까요? 베트남 음식에 대해서 인식이 좀 새로워졌을 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외국에 대해 우리의 맛있는 음식과 멋진 문화를 보여준다 한들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질적인 우리를 알리는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국 문화에 대해 자국인들의 자긍심입니다. 전지현씨같은 경우에는 바로 이 점을 살린 멋진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혹여나, 국제무대에서 영어를 써야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만약 그랬다면 전지현씨 개인에게는 득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말을 알리는 천혜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콘텐츠 사업으로 본다면 만화를 제외하고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만화책) 전 세계에서 어느 분야도 미국을 능가하는 시장는 없습니다. 영화, 출판, 방송, 광고, 캐릭터 까지 전세계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납니다. 일본이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의 종주국이었지만 이내 액티비젼-블리자드, EA 같은 대형회사에게 게임을 내주었고, 픽사를 등에 업은 디즈니에게 애니메이션 자리도 내주었습니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미국의 문화적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문화적으로 위대하다고 할 때 후대에는 월트 디즈니를 꼽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미국 문화의 상징을 뽑는다면 헤밍웨이를 넘을 사람은 몇 없을 것입니다. 유럽권 국가들이 미국에게 이기는 것 하나 없으면서 자국문화에 대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각 나라마다 절대 뒤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노벨과학상만큼이나 노벨문학상에 관심을 쏟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위스 최고의 문호는 누굴까요?

국가브랜드를 격상시켜주는 문화는 꼭 예술분야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스위스는 같은 경우 예술이라고 하면 딱히 무언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스위스의 소녀 하이디의 작가가 요한나 슈피리 란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잘 포함되지는 않죠. 오히려 상징적인 인물을 찾아본다면 적십자의 아버지 앙리 뒤낭이 있을 것입니다. 또 있네요, 스위스 독립의 상징, 자식의 머리에 사과 얹혀그 것을 맞춘 빌 헬름텔이 있습니다.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누구는 이름이 독일식이고 누구는 이름이 프랑스식이고. 참고로 스위스는 언어만 4개입니다. 그 작은나라가 지방자치는 나라의 정체성과 같아서 우리가 생각하는 '단결'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문화적으로도 뒤쳐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스위스의 평화와 복지의 이미지는 돈이 많아서 생겨난 것일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좁은 의미의 문화 위에 넓은 의미의 문화가 있듯이 앞서 말한 문화 위에 한 나라의 역사적 과정이나 위대한 업적들 그리고 그렇게 결정지은 한 나라의 정체성이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더 뜯어본다면 스위스의 배경은 '영구중립'과 독립에 있다고 봅니다. 2차 대전 중 히틀러에게 무릎을 꿇지 않은데다13세기 합스부르크왕가에 대한 저항으로 유럽내에서 독립국으로서 '스위스'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 시킬 수 있는 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 비해 (좁은 의미로서)문화적으로는 절대적으로 약소국이지만 결코 열등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구중립과 같은 국가 정책을 생각하면 위에 있다면 위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알프스덕이 아니냐고 하겠는데 알프스를 그렇게 끼고 살아와서 하이디와 피리부는 목동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 눈치보다는 반성

한류의 주역은 제 생각에 아무래도 드라마 같습니다. 가수와 음식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드라마와 같은 극에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출되는 드라마는 왜곡된 부분이 심하게 많기는 하지만, 한국식 생활, 한국식 사고가 무엇인지 하나씩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 의해서 인식되는 자신을 만들어가기 전에 자기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브랜드, 국가 이미지와 같은 인식되는 정체성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문화에 대해서 '세계적'인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세계화'에 발 맞추는 것에 앞서 우리의 발걸음이 어떤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먹는지 알리기 전에 한국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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