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내가 지식이 짧아서 그런 줄 알았다. 지금과 과거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지금이 과거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사실 이전의 지식은 찾아낸 몇몇 소중한 블로그들과 어디서 주워먹은 지식 그리고 학교에서 준 자료가 다였다. 그래서 사실 차근차근 거시경제도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차근차근 배워보는 '정운찬'식 거시경제학이다. 내가 제대로 파봤던 책이라곤 달랑 그거하나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책은 볼 생각을 안했다. 스티글리츠 경제학이나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들을 보면 어짜피 다 케인즈의 후예들인데 어디 가겠냐는 이유와 또 한 가지는 경제라는 과목 자체가 '돈'의 논리로만 본다면 철저히 미국의 경제학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벌어지는 버냉키의 양적완화 발언에 전세계 주식시장이 목을 빼고 기다리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것이 질려서 아마 로버트 라이시나 장하준에 열광했을지도 모른다. 그 돈에 집중하지 않고 정책에 집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대안을 바라본다 한들 틀에박힌 사고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면 열에 하나가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사람이 되고 나머지는 케인지언이 되었다가 한둘정도 삐딱선을 타야 그나마 마르크스경제학까지 가는 듯하다. 그러니 머리속에는 시장-국가의 두개의 틀만 존재하지 다른 것은 생각도 안해보게되었다.
고전학파와 케인즈 둘을 제외하고서라도 경제를 접근하는 방법은 많다. 아까 살짝 나왔던 마르크스도 거시-미시의 틀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다. 노동으로만 경제를 거들떠봐도 돈보다는 다른 많은 것을 바라본다. 칼 폴라니같은 경우에는 돈에 의한 경쟁적 소비-생산 관계보다는 공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외에도 내가 모르는 색다른 접근 방법은 정말 여러가지가 있다.
돈 빼고 경제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돈없는 경제학은 형용모순이라고 생각했다. 온라인 없는 정보공유이랑 뭐가 다를까 했는데 지금 생각하기에는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돈이 경제의 다라고 본다는 전제에 의문을 품어본다는 것이다. 사실 경제라고 하는 것에서는 사물이나 가치를 돈으로 바꿔놓았을 뿐이다. 유물론자인 맑스가 그래서 노동가치설을 끌고온 것도 약간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물건의 유용성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는 것 보다는 노동에다가 가격을 매겨야 공정하다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뿐인가 게젤의 화폐노화법 같은 것들도 언뜻 보면 그게 뭐~ 하다가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은 돈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경제를 본다면 돈에 관련된 다른 모든 것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최근 관심이 가는 것은 생태경제학이다. 생태경제학에서는 화폐보다는 에너지의 개념이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화폐는 찍어내면 그대로 남는다 인간이 정책적으로 합의를 한 후 없애버리자 라고 선언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한다. 그러니 세포로 보면 거의 암세포수준이다. 특히나 화폐는 한 곳에 집중되면 도로 풀어내는 것이 쉽지도 않다. 하지만 에너지는 본질부터가 다르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기 때문에 한번 쓰면 홀라당 사라지고 도로 되돌릴 수 도 없다. 게다가 한방에 어느 곳에 집중시키가 쉽지 않다. 그런데 한방에 쉽게 쓰는 것은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무기다. 그래서 에너지에서는 '쏜다'는 개념이 존재하기 힘들다.
이렇게까지 알았다고 해서 이제는 좀 알겠다는 생각보다는 여태 몰랐던 것이 이만큼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을까 하는 쪽팔림 뿐이다. 어디가서 순간 나도 모르게 질문에 아는 척하는 자세도 여전히 고치지 못했고 다 알지 못하는 것에 추측으로 마치 그것이 맞는 것처럼 논증을 흉내내는 짓도 아직 고치지 못했다. 글을 다시 읽어보았더니 과연 알고 쓴 것인지 아니고 쓴 것인지가 티가 났다. 이야기의 구조가 허술하면 공부가 덜된 부분이고 이야기의 구조가 그나마 볼만하면 배낀 부분이다. 개나소나 글쓴다고 욕하기 바쁘던 시절이 아직도 진행 중인데 욕하기 앞서 나나 좀 더 정신차리고 다시 시작 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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