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기후를 이해하는 짧지만 충분한 보고서
I. 아가미가 달린 인간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들어온 지구 온난화는 나의 기억에 늘 전 지구의 빙하가 녹으면 수면이 상승하여 인류가 살 땅이 없어지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그런 이야기를 소재로 한 워터월드라는 영화가 나와서 어류처럼 귀 뒤에 아가미가 있고 발가락 사이에 지느러미가 달린 돌연변이로 나온 주인공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군 복무 중에는 늘 한여름만 되면 나오는 몇 년 만의 무더위라는 뉴스에 올해도 고생 하겠구나 했던 생각을 하며 괜스레 혀만 끌끌 찼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출사 나가기 전 꽃이 예년보다 일찍 피었다는 뉴스는 과거부터 가져온 온난화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줬다.
그런데 이런 기후에 대한 온난화의 추억들을 잠시 한 꺼풀만 더 벗겨봐서 생각해 보았던 적은 있었을까? 학문을 배운 작은 학자로서 이 현상을 의심해본다면, 내지는 지구온난화라는 것이 하나의 담론일 뿐은 아닌 것인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고민을 해본적은 없고 온난화는 당연시 되어왔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한번 꺼내 볼까 한다. 실생활에서도 흔히 혁명이라는 말은 자주 쓴다. 하지만 이 혁명을 가지고 정치학에서 사용하는 혁명인지 아니면 사건이 그렇기에 쓰는 혁명이라는 비유인지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혁명이라는 말에는 큰 변화라는 뜻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쓰는 혁명은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고 우리가 흔히 쓰는 혁명이라는 비유는 큰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던가. 이 책은 기후에 대한 그러한 이해의 폭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일부분은 분명 맞는 부분이 있지만 무턱대고 그 논리를 확대해석하거나 왜곡시키지 말자는 의도가 드러난다.
다시 기후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온난화가 인간이 원인이라는 담론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우려하다시피 무조건적 탓하기의 대안은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여태까지 변화해온 공업화의 결과를 부정하는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의 대응보다는 점진적이고 역방향이 아닌 방향에 대한 이정표를 놓아야 한다. 따라서 인류의 미래와 장래가 달린 문제라면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인 것은 분명하고, 이 책은 기후에 대한 담론을 깨려고 하는 시도보다는 그런 기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II. “미친”에 담긴 또 하나의 의미
제목이 다소 선정적이다. 미친 기후라고 미리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 전제는 책 전반에 깔려있는 전제이기도 하다. 언뜻 봐서 미친 기후는 성장에 미친 인류가 저지른 범죄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 책을 읽기 위해서 이 미친 기후의 의미는 책 서두에서 밝히다 시피 고무줄처럼 늘리면 바로 반응하는 성질을 이야기함이다. 그렇기에 첫 장에서 저자가 언급하기를 기후사의 여러 사건들을 두고 갑작스레 변하는 것은 언제고 있었다고 하고 있다. 즉, 미친 기후라 함은 어떤 요인에 의해서 변하는 것이고 그 기반에는 복사평형의 원리와 지구 온실효과에 있어 이산화탄소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 전제는 책 전반에 걸쳐서 언급되는 내용과 관련이 있어 이후의 내용은 주로 이산화탄소의 흐름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책에는 전반적으로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내용이 전개된다. 물론 후반부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에 있어서 과학적 접근인 원인-결과의 접근과 경제학적 접근인 비용-편익 접근을 이용하여 경제학적 접근의 한계를 지적한 뒤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다소 과학적 지식이 요구된다. 책에는 그러한 내용에 대해서는 주석을 달기는 했지만 기후학에 대한 일반적 지식이 없다면 다소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2장부터 본격적으로 인간에 의한 기후를 논하기 시작한다. 전술했다시피 이산화탄소의 영향력을 전제로 두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지구역사로 보았을 때-이산화탄소 변화를 다룬다. 그래도 내용의 이해를 완전히 하기 위해서 이 역시 일단 인간이 원인이 된다는 판단은 유보해야한다. 저자는 분명히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에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혀줄 증거는 아직은 없다고 언급을 하고 있다. (79P) 게다가 현재의 기후변화는 자연이 원인이 되는 주기적 변동의 한 파동의 일부분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회의론자의 시각을 간략히 소개한다. (98p) 하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것으로 경고를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회의론자 시각에 있어서 우주복사와 태양활동의 변동에 대한 영향력 그리고 음성피드백(온난화를 상쇄시키는 기후적 반응) 가 소개되지만 일단 온난화되어가고 있는 지구상의 변화와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의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짜고짜 인간을 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에서부터 하나하나 출발하여 논점을 명확화 하는 시도를 한다.
이러한 자세를 가지고 3장에 들어가며 기후변화에 의한 세계의 여러 현상들에 대해서 언급한다. 다소 관조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앞장에서의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세워두고 일단 누가 원인이든 지구온난화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빙하가 감소하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농작물, 질병의 파격적인 변화를 소개한다. 이제부터는 진지하게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이 한 일에 대해서 윤리적으로 고민해야 되는 대목이 시작된다. 3장은 저자가 조심하려는 무조건적인 인간에 대한 비판보다는 큰 두 가지 전제가 합치된다. 하나는 기후는 급격하게 변하고 둘은 인간이 기후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결과들은 농작물, 질병과 같은 부분에 까지 관련되어 있기에 우리들의 삶에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부분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려준다. 따라서 일어난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심각성에 대해서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다.
저자의 목적은 이 책에서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하나는 기후변동과 인간의 영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간의 노력에 의한 대책에 대한 논의이다. 정책입안자나 인문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4장부터 읽어야 할 수도 있다. 3장까지의 내용은 주로 4장부터의 논의를 위해서 깔아두는 견고한 기초공사를 하기 위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적 지식이 많이 요구가 되는 부분이 있는데, 저자가 고려했다시피 무조건적인 인간 탓을 위한 책이 아니기에 그러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4장부터는 이 책의 2부와 같이 논점을 정책적이고 정치적 논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일단 언론에 의해 오도된 지나치게 위험한 진실에 관해서 경계하는 목소리를 낸다. 그밖에 분명한 진실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나서며 로비활동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교토의정서 불이행 과정에서 일어난 터무니없는 사안들을 소개한다. 이렇게 되면 누구라도 누구의 말이 옳은지 토론과 합의를 통해서 하나의 결론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저자가 경계하는 부분이다. 책 전반에 언급되고 있는 사실은 아직까지 논쟁이 계속 되고 있으나 인간에 의한 기후변동은 결코 논쟁의 대상이 아닌 기정사실화 되었다는 점이다. 즉,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찌 해결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논점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과대평가와 과소평가로 나뉘는 현상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라는 당부를 던지며 IPCC 보고서를 비롯한 국제단체들의 성과들이 유래 없는 학자들의 합의에 의한 신뢰성을 강조한다. 정확한 조사는 없지만 일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식선에서는 과소평가에 대한 시각은 적겠지만 현 정권에서 개발정책을 고수하려는 상황에서 반대 측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의미있다.
5장부터는 기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저자는 책의 성격인 침착함을 대안에 제시에 있어서도 잃지 않는다. 우선적으로 대안을 고려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가장 이론적으로 타당한 자유방임주의적인 방법부터 세계강제기후보험체계까지 언급한다. 이에 대한 접근으로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는 '비용-사용-분석’ 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원인-효과-분석’에 대한 타당성을 강조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이후에는 여러 대안들에 대해서 자세한 언급이 있지만 그에 앞서 세계적인 기후에 대한 합의를 강조한다. 그리고 자세한 대안으로서 이산화탄소의 조절과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대체에너지로서 태양에너지, 풍력 등에 대해서 소개한다.
또한 이 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으로 과학적 대응보다 인류의 정치적 합의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는데 기후의 평등과 기후재판에 관한 부분이다. 기우일 수도 있지만 인문적인 부분과 자연과학적 부분에 대해서 이분법적인 사고가 일반화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기후의 평등과 같은 당위적 개념은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분명한 미시적인 부분에 까지 영향을 주는 기후변동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진다면 이점에 관해서 정치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이다.
한 가지 다소 우려스러운 점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대체 에너지에 관한 부분이다. 사실 태양에너지나 수력, 풍력에 대해서는 탄소화합물의 화석연료에 비교할 때 이상적인 에너지원들이다. 하지만 이런 순환에너지를 사용하는 설비에 대해서는 『사이언스』와 같은 권위적 매체에 의해서 우려가 나타난 적이 있다. 실제로 꿈의 연료라고 하는 수소에 대해서도 아직도 그것이 현재 기후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에너지의 답이라는 확실한 단계가 아니고 그 역효과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주장이 같은 잡지에서 제기된 바 있다. 물론 현 단계에서는 이산화탄소의 감축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면 앞서 언급된 대체에너지가 쓰일 필요는 급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 대안이 아니라면 또한 저자가 목표한 기후변화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에 이 책이 서술되었다면 그 역효과역시도 논의되었어야 한다.
III. 어김없이 예측 불능한 날씨를 바라보며
올해 6월 들어 며칠간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무턱대고 하늘에다가 미쳤냐고 외친 적이 있다. 올해도 여름이라고 하던 5월은 어김없이 덥지 않았고 다소 쌀쌀했고 현대사회가 이상기후로 그렇겠거니 하고 늘 변하는 날씨에 나를 맞추고 있었다. 오존층 파괴니, 지구 온난화니 산성비 등은 이제는 어느새 불쾌하지만 같이 살아가야 하는 바퀴벌레쯤으로 취급하게 된 것인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는 국가 정책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의 조류 속에서는 우리나라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유래 없이 시작된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 환경에게 주는 스트레스는 환경의 장기적인 수명에 있어 언제 종말을 보다 더 가깝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는 와중에 어느 누구도 대규모의 기후변화가 나에게는 오지 않으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분명히 이점에 대해서 경고했다. 기후는 당겨진 고무줄을 놓는 것처럼 바뀐다고.
저자는 이러한 점에 대해서 맺음말에 세계기후공동체를 주장한다. 그리고 이 기후공동체를 위한 기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요구한다. 사회교과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논쟁의 사례로 새만금 간척지구 문제에 대한 것이 자주 인용된다. 개발과 보호라는 것이 인간 논쟁에 의해서 해결될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생존, 그리고 이에 따르는 노력에 의해서 고민해 본다면 고무줄 같은 기후를 달랠 방법은 명확해 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환경운동에 대한 시각이 사회적인 얼리어덥터 쯤으로 보이는 시각은 기후의 경고가 더 커지기 전에 지구환경에 대한 생각의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