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투덜 경제공부

하늘을 가린 날

손님사절 2009. 7. 28. 15:38
하늘을 가린 날


2009년 7월 22일 하늘을 가린 날. 개기일식이 뜸하게 있는 지라 이만큼의 "자연쑈"를 보긴 처음일 것이다. 하늘을 가린날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맞지는 않다. 해를 가린날이라고 해야 맞으니. 하지만 하늘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하늘색을 떠올린다. 하늘을 말하면 파란 그 하늘이 밤하늘에 가깝게 되는 것이니 하늘을 가린 것은 오류가 있어도 봐줄만 한 말인 것 같다.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 하늘에 켜켜이 녹아있는 옛 추억이 생각이 나는 시점에 슬프기만 한 뉴스가 뭔가 하늘을 가려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5학년 때 모형비행기 대회에서 운이좋게 수상을 한적이 있다. 또- 운이 좋아서 전국대회도 갈 일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게 공지를 못받아서 (어렴풋한 기억인데 참가자들 교무실로 오라는 방송을 듣기는 했는데 설마 난 아니겠지, 안가면 누가 나 부르러오겠지란 생각을 했었다.) 그날 당당히 학교에 나와버리는 쪽을 당해버렸다. 눈물이 하늘을 가려버리더라

3년 전, 그렇게 말로만 부르짖던 카메라를 드디어 장만했다. 중고로 산 Canon 350D에 Tokina AT-X 28-70 을 달았다. 초보자용 장비였지만 렌즈가 큼지막하고 당시 캐논 제품은 보조액정이 있어서 뭔가 있어보였다. 헌데 인간관계가 그리 좋지 않다보니 사진을 같이 찍으러 가자고 데이트 신청할 여인네가 없어서 결국 청계천에서 돌찍고 구름찍고 참 멋없이 다녔다. 외로움에 셔터를 누르니 셔터가 하늘을 가리더라.... 고장났다

작년에, 카메라를 바꿨다. 사진은 역시 필름이야라는 겉멋이 있는대로 들어버려서 Leica는 안되겠고 결국 Voigtlander라는 아는 사람만 아는 카메라를 샀다. 그래도 좀 클래식한 맛이 있어서 뽀다구는 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카메라를 들고 제대로 출사를 간 적이 없다. 그 해 봄 부터 금융위기가 시작되더니 여름에 환율이 XX년 뭐 날리듯 뛰더니만 결국에는 물가가 그렇게 올라버렸다. 그리고 그해 가을부터 취업시장이 붕괴되다 시피 했다. 하늘을 보기가 싫더라... 내방 천장이 하늘을 가리더라...

운이 좋게 올해 취업을 했고 또- 운이 좋게 잘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7월 22일 달이 하늘을 가리는 모습을 사무실에서 겪었다. 무언가 빼놓고 통과된 법안이며... 방학들어서 여전히 개고생하는 옛제자들.. 그리고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한 내 친구들... 달이 해만 가렸을 뿐인데, 무언가가 일부분만을 가렸을텐데... 그들의 하늘이 정말로 가려져버렸다.
죄책감이 고개를 돌리게 해서 하늘을 가리더라...

어렸을 때 글라이더를 날리던 내 나이로 그날의 하늘을 봤으면 아마 철없이 백과사전 하나를 펼치고 또 과학책을 펼치고 뭔가 찾아보려고 했을 것이다. TV에서는 그걸 가지고 희망이나  미래의 주역이라고 표현하더라. 그런데 그날 그 어두워진 하늘을 보고 우리네 청춘과 희망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