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모순 : 보통사람이 쓰는 팔불출 같은 이야기 (10)

손님사절 2009. 9. 27. 23:00
개성시대.


90년대 쯤이었나? 아무래도 내가 나인 것을 인지하고 세상과 나의 관계를 거의 정립할 때 쯤. 그러니까 초등학교 들어갈 쯤이라고 해야겠다. 무슨 바람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성"이라는 말이 그렇게도 넘쳐 흘렀다. 주로 패션쪽에서 개성을 표현하는... 요즘같은 개성시대에는.... 삭스탑이라는 양말브랜드가 양말도 패션이라 외쳤고 보디가드라는 속옷 브랜드는 바지속의 정장이랜다.

무언가 홀린듯이 사람들이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던 때도 그때였던것 같다. 나이키부터 시작해서 보이런던이며 닉스니 하는 브랜드 들도 돌아다녔고 중학생 멋모르는 애기들이 잭 니클라우스니 하는 골프브랜드 까지 찾아다녔으니 아마 뭐가 집단적으로 홀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정도였다.

지금에와서 오픈마켓이란게 성장하고 난 뒤라 예전의 그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여전히 브랜드가 가지는 파워는 막강하다. 같은 청바지래도 리바이스 빨간 딱지가 붙으면 더 있어보이고, 디젤 마크가 붙어있으면 더더욱 있어보이기 마련아니겠는가

근데 뭐가 이상하지 않은가? 글이 개성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브랜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개성 = 브랜드 이게 성립이 되는가? 개성이란 사람의 어떤 심성이나 취향을 이야기하는건데, 물론 브랜드를 취향으로 봐도 되겠지만 어찌되었든 글의 요지는 개성이 브랜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어떤 브랜드 이론에서 찾아본다면 각 브랜드는 퍼스낼리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아표현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는 하는데...글쎄 일부는 동의하지만 I don't think so

어쩌면 그 우리가 들어왔던 개성시대는 경쟁시대의 도래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도 하다. 90년대가 시작되면서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WTO, OECD와 같은 것들이 우리를 세계화와 경쟁사회로 떠밀었다. 교실에서의 경쟁을 배우고 남을 밟고 일어서는 일을 배우고 그것이 정말 "일상화"되어버렸다. 어디를 둘러봐도 화합이니 조화니 양보니 하는 것은 배우지 못했다. 단지 양보하고 화합하는 것은 OECD 국가 몇 순위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었으면 우리가 무슨 말을 하여 그 양심을 불러낼 것인가

그렇게 자란 세대들이 이렇게 되었다. 남에게 보여지는 그런 것들이 그렇게도 중요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멋진 브랜드가 중요시해졌고, 무엇을 먹으며, 어디에 주로 다니는지가 교양이고 지성이 되어버리는 세상이다. 평가의 잣대는 어떻게 생겼느냐라기보다 어떻게 하고 다니느냐가 주요 질문이되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자각을 쥐똥만큼이라도 하고있는 나도 무섭다. 뭘 더 입어야 괜찮아보일는지 어떻게 말해야 더 있어보일는지 도데체 나는 어디있고 남의 시선과 평가만 있을 뿐이다. 진짜 개성시대는 어디갔는가? 오긴 왔는가? 분명히 개성이란 것이 개인안에 존재하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개인이 없다.

나 하고 싶은데로 좀 살면 안되나?

이 욕망이 졸지에 사치가 될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