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긴급 속보로 뉴스에 유명연예인이 등장하였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승'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잘아는 유승준 병역기피사건이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그때 그 사건은 현재 2010년 [대병소장]이라는 성룡의 영화에 그가 출연하여 다시 살짝 불이 붙었는데, 그는 여전히 한국으로 돌아 올 수 없는 '매국노'였다. 추측컨데 그가 다시 한국사회에 녹아드는 방법은 단 하나 미국국적을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병역법을 준수하며 입대(참, 나이가 많구나...)를 하는 방법 뿐이다. 그리고 그는 시간이 흘러가며 '그땐 그랬지'하며 잊혀질 것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연예인 메니지먼트 사인 JYP의 정문에 한때 재범이를 돌려달라는 종이가 도배된 적이 있었다. 소속그룹 2PM의 전 멤버 '재범'은 미국살던 시절에 한국 욕했다가 언론과 네티즌의 질타에 시달려 '보호차원'에서 출국했다가 영구탈퇴를 맞이하는 상황을 맞이하여 웬만해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극단적인 추방의 신세가 되었다. 역시 그도 시간이 흘러 아이돌의 면모가 탁해지면 망각의 반죽에 그저 본래 있던 것 처럼 스며들것이다.
이렇게 우리사회를 누군가가 한번씩 우리 존재자체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이처럼 '구별'지어버리고 잊어버리는 사회 그것이 지금 2010년 한국의 모습이다.
재독철학자 송두율교수. 대학시절 이 사회를 위해 운동하다 독일의 유학길에 올라 유럽에서 더 민주적인 한국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하던 분이었고, 후에 남과 북을 이어주는 화해자의 역할을 위하여 스스로를 '경계인'으로 규정하여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평생을 다바쳤다.
2003년 어느날 그가 돌아오기로 했다. 하지만, 북한노동당 장외위원으로 당내 서열 23위 '김철수'라는 인물과 동일 인물이라는 황장엽씨의 주장에 그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공격에 1차 귀국은 실패했고, 2차 귀국이 이루어질 때 우리나라는 '스티브 승'과 '재범'의 사건 처럼 그렇게 광기에 휩싸였다.
그가 과연 노동당 서열 23위 김철수 인가, 건국이래 최대의 간첩인가 등의 이슈를 놓고 한국사회는 '안보'의 논리앞에 그를 구별지었다. 송교수의 귀국 후 국정원과 검찰조사중 노동당 가입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편에 있었던 대표진보언론인 한겨레 조차도 송교수를 질책하였고, 보수는 보수대로 그들의 존재증명을 더욱 확고히 하였고, 진보는 그 사실 앞에 존재증명을 찾기에 바뻤다.
홍감독은 그 사실 속에서 진짜 한국사회의 문제를 드러낸다. 문제는 그런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었다. 송교수의 귀국 후 쟁점이 되었던 김철수, 노동당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어쩌면 그 존경을 받아야할 큰 분께서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못한데다, 번복이된 진술 앞에 많은 생각을 했었고, 결국 한발짝 물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문제는 있었던 사실에 대한 확인일 뿐, 말그대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 한국사회가 그가 노동당 고위급 간부이건, 경계인이건 하든간에 우리사회는 그런 제3자를 끌어안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존재의 이유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특유의 친절함 속에서 광기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전세계의 석학과 언론의 비판을 뒤로하고 그를 철저하게 해부하기 시작하여 결국 구속수사에 이르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래왔던 것 처럼 그 광풍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망각이다.
사회는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라 명하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가 단일민족이라고 우기는 이 사회는 우리와 다른 타자를 철저하게 구별짓기 꺼리고있다. 또한, 역사 상의 언제부터인지 운명처럼 빨려들어간 자본주의가 더해지면서 '나' 그리고 '우리' 외에는 다른 것에는 관심을 둘 수 없다. 그저 학생 때 본분을 지키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본분을 지키기만을 강요한다. 그것이 미덕이고 성공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것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우리 주변의 것에 대한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바꾸려고 하는 시도인 '혁명'은 어느샌가 개인을 자신이 몸담은 사회에 절처하게 적응시키는 '혁신'으로 채워졌다.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을 돌아보는 시선은 세계를 놀라게한 스포츠 스타와 언제 뜰지 모르는 주식, 땅값들 같은 돈놀이에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체제 속에서 우리와 다른 무언가가 등장하면 언제든 해치울 준비가된 한국사회 광기의 상비군이 되어있었다. 지금 혼자 잘 살아보겠다며 아둥바둥 거리는 나역시...
한국사회의 모순. 북한은 그들은 우리에게 적이자 동포이다. 민주주의는 우리의 현실이자 미래이다. 관용, 미덕, 세계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우리사회에서는 닫으면서도 바라보고 있고 또한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우리가 몸담은 이 사회. 누구도 이 사회에 만족하지 않지만 이를 지키고 살아간다. 그리고 말못할 이 모슌의 균형 속에서 영구적 아노미(정신적 불구)에 빠진채로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가며 살아간다. (
이 모순의 균형을 이루는 법은 한국사회가 가진 낸들 어쩌겠어.. 하는 한과 연결된 듯도 하다.)
어쩌면 이런 살기벅차고 지친 사람들에게 송교수는 돌을 던졌지만 그들은 욱하며 성질을 부렸던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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