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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by 손님사절 2009. 1. 31.

나쁜사마리아인들 / 장하준


일단 제목만 봐서는 '사마리아인들'에 대해서는 얼추 알겠고, '착한사마리아인'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나쁜 사마리아인이라면 그게 도데체 뭔지 잠시 뇌리가 정돈되지 않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사마리아인들은 거의다 나쁜데 그 와중에 몇 없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성경에 나오는 것이고 나머지는 이 책이 언급 하고자 하는 나머지 "나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이다.

도데체 그들이 누구길래... 책의 첫 시작의 모잠비크의 21세기 중반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진부한 듯 하다가도 내용을 보면 약간은 어설퍼 보이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비유들 부터, 심상치 않은 비판을 할 것을 작정한 듯 하다. 작가 이력을 보니 경제학자다. 뭐 학력이 다는 아니다라는 시대에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우리나라 진부한 대학도 아니고 학문적 권위가 철철 넘치는 캠브리지 경제학 교수다. 축사를 써놓은 사람들을 봐도 스티글리츠, 노엄 촘스키... 어디서 어줍잖게 써놓은 주식책 따위하고는 비교가 안되는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좌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제 비판서를 넘어서 우리의 통념을 산산이 깨버리는 좋은 지침서다. 내용을 언급하기에는 좀 그렇겠지만 작은 예는 규제가 과연 좋은 것이냐에서 부터 출발하여, 우리가 당연히 이건 아니잖아 하는 부정부패에 이르기까지 둘다 부정도 아니고 긍정도 아니고 또 다른 시각을 전해주는 데 충분하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극명하게 엇갈린 이분법의 세계에서 이제는 쓸모없다고 주장하는 이념을 가지고 싸워왔다. 장하준 교수는 소위 말하는 진보의 진영에서 논하는 듯도 하지만 그는 분명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진정한 자유주의에 한 발 다가간 느낌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의 목적을 보면 우리가 논리와 법칙과 이성으로 말할 수 없는 감성과 직관으로 사회를 비판하면서 이웃, 가족에 대한 인간미를 표현하는 과정이 한 없이 따뜻하게만 느껴지는 한 똑똑한 가장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최근 노벨경제학상에는 크루그먼이 오르게 되면서 케인즈학파가 다시 등장하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에 구닥다리라고 잊혀진 케인즈 학파를 어줍잖은 금융권 뜨내기들 (금융권 종사자를 욕하는게 아니라 그 일부에서 최소한의 아마추어적 학자의 자세도 없이 케인즈와 뉴딜을 외치는 몰염치들)이 시대 흐름에 편승하고자 이래저래 설치는 모습이 보인다. 부디 비딱선 타는 좌빨들이 보는 책이라 업신여기지 마시고 욕할 값이라도 정독해보시고 다시 이야기를 터놓았으면 하는 바램이 생겨난다.

끝으로, 분명 이 책에 대해서는 일부 환경주의자나 평등에 무게를 실어두는 정치학자들의 비판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글의 논지로 보아서는 겸허한 수용이나 생산적인 토론 후에 정말로 결론이 날 것 만 같은 간만에 느끼는 지식적 따뜻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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