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전을 세우고 직원들과 공유하고
새해가 밝으면 누구나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합니다. 회사들도 그렇죠. 올해는 무엇을 할까 하면서 종무식끝나고 마신 술이 깨기도 전에 시무실을 해댑니다.
첫해에 계획을 짜는 것은 중요합니다. 올해는 작년에 팔았던거 다시 팔아 먹을 건지, 아니면 새것을 만들어서 팔아 먹을 것인지 준비하려려면 얼마나 들어갈지도 생각해야되고 생각해야 할 것 들이 굉장히 많죠. 그 중에서 몇가지 소홀히하고 아 몰라몰라~ 하면 나중에 후회하죠. 나중에 가도 빡센데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그래서 새해 계획은 중요해요.
큰 회사들도 새해에는 계획을 빡시게 세웁니다. 아마 예상인데 전년도 내내 새해 계획세우고 이번년도 내내 내년 계획 세울거예요. 그리고 새해가 되면 멋드러지게 빵~ 하고 터뜨리죠. 올해는 내가 이것을 해내마! 라구요.
<2010년 현대건설의 비전2015 선포식 이라네요>
대게 한해를 내다보는 것들보다는 덩치가 커서그런지 몇년을 내다보고 이렇게 '선포식'까지 거행을 하죠. 사진의 저분들 목표달성 못하면 버튼 누르는 저 손가락이라도 자를 기세입니다. 중간에 살짝 키작으신분이 당시 현대건설 김중겸사장입니다.
아무튼 당시 2015년 목표를 수주 54조에 사업포트폴리오 균형화(이건 뭐 원전, 플랜트, 아파트 말고 다른데서도 돈을 더 벌자는 이야기겠죠?), 신흥시장 신출(해외에 나가자는 이야기니 이 후 글로벌 들어간 이야기는 다 빼죠), 신성장동력사업 육성(정부와 똑같은 단어를 선택했네요. 뭐 신제품을 만들어내자는 이야기 같습니다.)등이 있었습니다.
이런 목표를 가진 현대건설의 수장이 돌연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저 때 선포를 하시고나서 몇달 후 사퇴를 합니다. 한전 사장으로 옮기게 되는데 당시 좀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서 보도가 많이 되었었죠. 지금은 UAE 원전 수주이후 곁다리 수주가 많이 늘어서 현대차랑 시너지 내서 비젼 2020을 만들어냈습니다.
2011년에 진행하려고 만든 계획이 1년만에 뒤집어진셈이죠. 뭐 사장이 바뀌어서 그럴지도 모르는데 큰 내용의 토대는 변한게 없습니다. 54조가 120조로 바뀐 것 뿐이지 5년내에 54조 벌수 있다고 생각한게 5년 더 더했으니까 108조 계산하고 거기다 10% 정도 얹은 꼴이네요. 말이야 거창하게 했지 결국에는 돈 더 잘벌자는 이야기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기술개발도 돈을 위해서 하고 사회공헌도 돈을 위해서 하고, 기업의 이미지 제고도 돈을 위해서 하고.... 이쯤되면 "기업의 목적은 이윤이다."라고 하시겠죠? 반대로 물어보겠습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이긴 한데 분배의 정의는 언급도 안한 미친 듯이 많은 이윤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까?
#2. 지랄하고 자빠졌네
아무튼 중요한건 김중겸사장의 행보나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대표의 이름으로 내걸은 저 비전이 다 개뻥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기업의 비전에 의해서 기업의 방향이 정해지고 경영활동이 일어나고 그런다 그러잖아요? 그런 치밀한 계획에 의해서 기업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돈 될만한 데에 투자하고 물건팔고 올해는 돈 더 벌어 보자는 이야기가 이상하게 포장이 된거예요. 특히나 저런 건설사들은 '환경'이야기까지 꺼내는데, 아시죠? 지금 대한민국 기업계에서 "환경 + 산업 = 원전"입니다. 그러니까 기업의 비전, 경영 방침, CEO의 메시지는 실질적 경영활동과 크게 관계가 없다는 것이죠.
물론 사주가 정말로 비젼을 가지고 직원들과 그 비젼을 나누고 같이 회사를 꾸려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회사들은 대체로 아까 언급한 큰 회사들 만큼 유명하지는 않더군요...
다시 현대건설의 비전으로 돌아가죠. 그렇다면, 저 돈벌이에 아무짝에 쓸모없는 비전은 도데체 무엇이며, 왜 하느냐고 물어봅시다. 저는 이걸 설명하려고 맨~ 처음 페르소나를 꺼낸겁니다. 저 페르소나가 없으면 단순히 기업들은 돈되는 일만 하는 사람들이에요. 특히나 대규모 사조직이라고 생각해본다면 국가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집단도 없어요. 그나마 현대같은 경우에는 노조가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고 임금협상때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니 패스하죠. 그러니까, 저렇게 나오는 소리는 결국 회사가 좋아보이게 해주는 포장지에 불과하단 소립니다. 그리고 그 포장지가 에이 더럽네 하기는 해도 뜯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속옷은 더러운데 바지는 명품으로 갈아입은 셈이죠. 그러니까 아는 사람이 보면 지랄하고 자빠진겁니다.
포장을 하는 이유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실체적 진실을 만나면 사람들은 일단 혼란에 빠집니다. 대표적으로 연예인 성형 전후 사진이 있죠. 물론 지금은 그 충격의 수위가 낮아졌는데, 당시 인터넷이 퍼지고 연예인의 사생활이 노출되면서 몇몇 연예인들이 훅갔습니다. 그렇게 실체적 진실을 만나면 큰 변화가 생깁니다. 진실의 당사자도 변하게 되고 진실을 마주하는 당사자도 변합니다. 성형의 바람이 그렇게 불어댄 이후 연예인들은 사실을 스스로 밝히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뒷다마를 까는 것이 아니라 그 진성정을 받아들입니다. 대신 이제는 아니라고 발뺌하지는 못하죠.
기업에게 실체적 진실은 엄청난 리스크입니다. 이 진실이 많이 가려질 수록 리스크의 규모는 커지게 되는데 과거 미국의 Enron과 같은 회사는 회사를 말아먹기도했습니다. 그러니 이 실체적 진실을 받아들일 수 조차도 없으며, 변화할 힘도 없는 셈이죠. 대신에 다른 가치관을 만들어냅니다. 만들어 낸다기 보다 이면에 집중시킨다고 해야겠네요. 우리는 돈필요한 것들을 생산하는 것 우리는 여러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그들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고맙기는 한데 재수없네요. 직원이 노예인줄 아나봐요.
이런 논리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잘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쉽게 뒤집어서 말할 수도 있는 거예요. 우리 직원들은 너의 사업에 입다물고 참여하고, 니가 주는 월급에 합의해줬으니까 회사 돌아가는게 고마운줄 알아라 라고 말하면, 뭐라 답변하시겠습니까? 어렵게 말하면 양도논법에서 한쪽뿔만 들어올린 것을 저는 반대쪽 뿔을 들어올렸을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쪽 뿔을 들어올릴 수는 없죠. 우리는 힘없는 월급쟁이니까요.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렇게 뒤에서 키보드 워리어짓이나 할 뿐입니다.
#3. 끝판왕
이쯤되면 여태까지 까놓은 현대보다 더 주목할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무노조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죠. 삼성은 누가뭐래도 글로벌 기업이고 심지어 1위 기업이기까지하죠. 하지만 그 위치에 존경받을 만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그래서 별별일을 많이 벌리죠.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 세계 방방 곡곡으로 뛰어다니셔야되고, 특히나 신년행사쯤 되면 한마디씩 던지셔야됩니다.
올해의 메세지는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어려울수록 낮은 자세로 임하라는 말씀도 하셨네요. 언론에서는 회장일가의 패션에 주목을 하기도 했습니다. http://bit.ly/ylng07 (가만생각해보면 기자의 관점이 참 독특한거 같아요. 어쩜 이런 생각을 다했나 몰라...-_-;;)
내용을 종합해보자면, 전 세계를 무대로 뛰어다니는 회사의 리더로 만들어 주어야하고 그의 슬하 자녀들은 훌륭한 아버지 아래에서 잘 커서 회사들을 잘 이끌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개인의 역량을 알길이 없으니 보여준다고 까지만 합시다.아무튼 "우린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 아니야 라 좋은 일도 많이 하는 훌륭한 사람들이다" 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죠.
더 간단히 하자면 그들 재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입니다. 좋은 일을 했으니 내 재산에는 손대지 말라는 이야기죠. 한발짝 더 나아가 해석을 하자면 내 재산권 행사에는 부당한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장사를 해서 돈을 좀 모았는데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종종 안좋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래저래 좀 무마하고 다녔죠. 그런데 재산의 규모가 커지다보니까 무마할만한 일이 안되는 겁니다. 이를테면 지금 저희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는데 제가 물려받는다고 해도 상속세는 그닥 많이 떼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삼성일가의 경우에는 말이 다르죠. 엄청난 세금을 피해야합니다. 그래서 이상한 재산권 방식을 통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식들에게 넘어가게 만들죠.
자 이렇게 오명을 만든 것을 벗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사건이 한번은 밝혀졌으니까요. 그렇다면, 방법은 그렇게 모은 재산 더 좋은 곳에 잘쓰겠습니다. 하고 용서를 살짝 비는 것입니다. 즉, 멋드러지는 비젼을 만들어서 선포하는 것이죠. 솔까말 지키지도 않을 비전을 그 돈 처들여서 쑈해봐야 뭐에 쓸모있겠어요. 매출이 늘기를 하나, 직원들이 마음이 바뀌기를 하나.
그런데, 이게 규모가 커지고 그 아래 추종자들이 늘다보니까 이건 거의 종교수준으로 바뀌어버립니다. 위에서 한마디 던진것이 큰 눈덩이가 되어서 굴러떨어지는 효과를 어르신은 아시는거죠. 전형적인 군대의 방식입니다. 어렵게 말하면 상징화된 권력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효과를 발휘하게 만드는 건데요. 이를테면 갓 상병달고 거드름 피고있는 한 군인이 쓰리스타 지나가는데 경례도 안하고 쌩깠다고합시다. 다음날은 괜찮고 다다음날은 괜찮을 거예요. 위에서부터 차례차례 깨지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리고 며칠지나면...조직의 쓴 맛을 맛보게되겠죠. 별별 말도안되는 이유를 다 붙여서 영창갈지도 모를일이겠어요.
그러면 여기서 쓰리스타는 상징화된 권력입니다. 그 사람이 권한이 많은 줄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요. 그리고 쉽게 다가 설 수 없는 사람이죠. 쓰리스타는 강력한 권위를 그 상징화 시킨 사람입니다. 그리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쓰리스타가 경례안한 상병을 직접 갈구거나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아랫사람을 시켜서 하는거죠. 아랫사람이 많을 수록 강력한 조직이고 상병은 거 쫄아듭니다. 글고보니 조폭의 방식이네요.
그런데 어느날 제대를 하고나서 길가다가 약국에서 파스사서 온 노인이랑 마주쳤는데 그 사람이 쓰리스타였다고 합시다. 큰소리로 경례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시겠습니까? 결국 쓰리스타라는 것도 그 사람의 실질적 힘은 아니고 상황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닌 포장지에 불과합니다. 쓰리스타의 실체적 진실은 군인으로 오래 살아온 그저 종종 어깨가 쑤시는 노인일 뿐이죠.
#4. 결국엔 너도 깡패새낀기라
삼성의 이건희 회장님도 따지고 보면 그저 돈많은 노인에서 끝납니다. 하지만 그런 실체적 진실로는 삼성은 그만한 조직을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그만한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재산에 정당성을 부여해서 재산의 규모를 천문학적으로 더 늘리고 지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내야죠. 그 다양한 수단의 끝이 바로 오너를 존경하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삼성의 리스크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일단 좁은의미의 경영측면으로만 봐도 삼성은 소니를 제쳤다고 좋아하지만 삼성은 아직 시장의 리더십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디스플레이쪽은 여전히 LG를 비롯한 다른 업체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경쟁관계에 있고 모바일 쪽은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쪽은 오히려 애플에게 있죠. 즉 아직 기업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소립니다.
게다가 사회구성원의 측면으로 봐도 제왕적 지배구조에 늘 터져나오는 노동자 죽이기, 각종 책임 회피등을 보면 오히려 오너 일가는 리스크입니다. 만약 지배구조가 실체를 까면 걸릴 것이 너무많죠. 위법사항부터 기업 이미지들까지 다 까면 삼성과 같은 경우에는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삼성은 그래서 많은 곳에 많은 장치들을 만들어 놓았고 서로서로 의지하고 곳간을 지키는 이상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냈습니다. 삼성뿐만이 아닙니다. 현대도 마찬가지네요. 구LG같은 경우도 그렇겠군요. 대게 이들의 인맥은 언론사와 정치권에서 교집합이 발생합니다. 이 교집합에서 페르소나가 까발려져도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죠.
#5. 50년뒤 토론프로그램의 주제를 예측해보다
영화 친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뽑으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니 시다바리가?"라던가 "마이 무긋다~" 라던가 "벌렁벌렁"등등의 이야기를 꺼내더라구요. 제게 아직도 인상깊은 장면은 예상하신 분도 있겠지만 아까의 소제목, 상태(서태화 분)가 준석(유오성 분)의 이야기에 "결국엔 니도 깡패새낀기라."라고 한 부분이었습니다. 친구로서 할 수 있는 조언을 해준거죠. 깡패가 깡패지 무슨 얼어죽을 놈의 포장이냐구요.
작년(2011년) 8.15를 건국절로 고치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더불어서 이승만대통령의 재평가를 하자는 의견이 있었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화숙 한국일보 선임기자님께서 어른들을 박살을 내버렸죠. 내용을 각색하자면, 사람들도 탄압하고 독재자였지만 그래도 그 분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들어섰으니 그건 인정하자는 이야기였죠. 전형적인 포장작업이었죠. 박정희 전대통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구죠. 사실 따지고 보면 아주 틀린말도 아닙니다.
이 주장을 반박했던 서기자님은 그 부분을 인정해도 독재자는 독재자고 작은 공으로 독재자라는 큰 과를 덮을 수는 없으다고 했었죠. 그러니까 서기자님은 실체적 진실을 가지고 이야기 한것이고 어르신들을 포장지를 가지고 이야기한것입니다. 훗날 우리는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런 논쟁을 하고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받을만한 탁월한 기업가냐 아니면 돈 밝히던 졸부였나. 주어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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