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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평범한 사람들 | 크리스토퍼 브라우닝

by 손님사절 2023. 12. 26.

# 하 수상한 시절의 독후감

 

1. 역사책 중에서는 정말 좋아하고 선생이 된다면 강제로 2회 이상 정독을 시킬 책이 두권있다. 하나는 하비 케이 <과거의 힘>이고 또 하나는 크리스토퍼 브라우닝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2. 하비 케이는 일단 넘어가자. 오늘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니까.

 

3. 학술적으로 읽으나 교양으로 읽으나 아마 아주 평범한 사람들은 어쩌다 사람들이 그렇게 악마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사람이 무섭긴 무섭다”라는 심정으로 읽을 것 같다. 대체로 평가들이 그렇게 올라오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4. 나는 좀 다르게 읽었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은 알랭 바디우 <윤리학>과 같이 읽었는데[^1]  결론 부터 이야기하자면 생각없이 그냥 행동하고 이게 맞구나,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하며 따라가다가는 진짜 나쁜 놈이 된다.

 

5. 나는 회사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를 맨날 욕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데 위에서 시켰으니까. 상부에서 떨어진 오더니까 하는 핑계로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용서 받을 구실을 찾아낸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서는 어짜피 누군가는 해야 하니 나라도 대신해서 악마가 되겠다고 하는 장면들도 나온다. 희생정신이라고 봐야할까? 조직 앞에서는 사람은 나약해질 수 밖에 없지만 개인으로서는 그래도 저항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6. 그런 일을 벌인 평범한 악마는 처벌을 받지 못해도 철저하게 용서를 구해야한다. 아주 오랜시간이 걸리는 힘든 일일 것이다. 아이히만을 보면 뻔뻔스럽다. 용서를 구하는 것도 없었고 그저 평범하게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형을 줄여야하니 그리 말했을 것이라고 판단들기도 하는데 비슷하게 생각했던 아렌트는 분명히 속았다.

 

7.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죽이라는 명령에 아주 충실하고 창의적으로 임했다.[^2] 회사에서도 떨어진 오더라고 밤을 지새우게 하고 위로랍시고 술이나 사주며 인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진짜 나쁜 사람이다. 지금 아닌 것을 알면서 교과서 역사전쟁에서 미화시키는 사람들 부터 그것이 나쁜 것인지 알면서도 부정적인 것은 안된다. 이것을 옳다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니 나도 옳다고 따라가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 당신들이 더 심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1]: 회사 덕을 보긴했다. 회사에서 저 두 책을 가지고 방영한 적이 있다보니 알게 되었으니…

[^2]: 한겨레 21 제 1046 호, <이동기의 현대사 스틸컷: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 속았다>